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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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두고 정부·한은 엇박자 

“통화 주권 확보” vs “통화정책 통제력 약화 우려”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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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2025-07-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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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처를 둘러싸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GETTYIMAGES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처를 둘러싸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GETTYIMAGES

    “이 시장(스테이블코인)에 빨리 진출해야 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5월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한 발언 중 일부)

    “명확하게 말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고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 쉬워 오히려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월 18일 물가안정목표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중 일부)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한 이유

    이재명 정부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이다. 여당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대통령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 등으로 도입을 공식화했다. 시중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도 상표권 출원 등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일 유럽중앙은행 정책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서는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금 같은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일정 가치가 유지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을 가리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와 연동한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처럼 투자자산으로 쓰인다면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송금·자산 보관 등에 적합하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화 주권 확보’ 때문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상용화된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가 결제나 송금에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사용하면 원화 위상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환전·송금 수수료나 환율 마진으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디지털 결제, 해외 송금 시에도 원화 사용이 가능해 더 빠르고 저렴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찬성론자’들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되면 카드 수수료 부담이 큰 소상공인도 혜택을 볼 수 있다.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카드사→부가가치통신망(VAN)사→결제대행(PG)사→가맹점 절차를 거친다. 결제 대금은 통상 1~3일 후 정산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수수료 없이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며, 소비자 코인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바로 송금된다.

    문제는 ‘코인런’이다.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의 일대일 교환이 흔들리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술 오류나 범죄 발생 시 디페깅(가치 연동 실패)과 대규모 상환 요구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의 예치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자 USDC 가격이 1달러에서 87센트까지 하락한 바 있다.

    발행권 둘러싼 줄다리기

    또 하나의 쟁점은 발행 주체다. 한국은행법 제47조는 화폐 발행권을 한국은행에만 부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화폐로 기능하는 만큼, 민간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부문은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기업은 수천만 명의 사용자와 결제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타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KRW’ 등 관련 명칭의 상표권을 출원했고,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 전자결제 전문업체 NHN KCP 등도 유사한 수준으로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관련 분야를 금융·블록체인 전문 기업이 주도하지만, 한국은 핀테크 기업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통화 주권을 확보하려면 한국 현실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기축통화 지위를 굳힌 상황에서 후발 주자가 될 한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도 “은행 단독 발행은 혁신 유인이 부족하고,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면 통화정책과 외환 통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연계, 지급결제 인프라 통합 등을 통해 은행과 여러 기업, 기관이 협력하는 컨소시엄 모델을 만드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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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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