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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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을지로·종로 상권 활기

MZ세대, 획일적 강남보다 전통과 첨단 공존하는 강북 도심 선호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5-07-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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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 을지로 일대. GETTYIMAGES

    서울 중구 명동, 을지로 일대. GETTYIMAGES

    임대료와 공실률은 상권의 바이털 사인이다. 임대료는 상권의 체온, 공실률은 맥박이라고 할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은 상권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임대인의 지나친 욕심으로 임대료 상승이 과열되면 공실률이라는 맥박이 빨라지게 된다. 이때 투자자는 긴장하고 자영업자는 업장 이전을 고심한다. 끝내 임대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공실률의 맥박은 터지고 상권의 심장박동은 정지된다. 

    서울 도심 상권 양극화

    한국부동산원이 임대료와 공실률 데이터를 공개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동안 조사 대상이 되는 상가의 표본은 많아지고 지수 산출 방식은 고도화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는 전국 368곳의 상권 데이터는 상가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자라면 공히 참고해야 할 지표다. 희비가 엇갈리는 전국 주요 상권의 바이털 사인을 분석했다. 

    먼저 서울 도심 상권의 흐름을 짚어보자. 외국인 관광객의 귀환으로 도심 상권 전반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같은 지역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북촌, 을지로, 종로 상권은 완만한 임대료 상승 속에서 5% 내외의 안정적인 공실률로 활기를 되찾았다. 반면 광화문, 남대문, 동대문 상권은 12~14%의 높은 공실률을 보이는 등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2022년 기존보다 2배 넓은 규모로 재개장했지만 정치 집회가 인근 상권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남대문 상권도 빈번한 정치 집회로 상황이 좋지 않다. 게다가 남대문과 동대문 상권은 패션업 불황 장기화에 따른 타격도 크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시장 업황을 ‘침묵의 불황’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서울 도심에서도 북촌, 을지로, 종로 상권은 세운지구 개발과 부동산시장의 고급 오피스 선호 트렌드가 맞물려 활력을 띠고 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인재들은 획일적인 강남 업무지구보다 도심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힙지로’와 익선동 등 개성 있는 상권이나 청계천 인근처럼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첨단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을지로, 종로는 대형 금융사의 업무 클러스터 확장도 예정돼 있다. 향후 대기업 직장인의 강력한 소비력이 해당 상권을 계속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랜드마크 상권인 강남 상권의 바이털 사인은 어떨까. 강남에서도 상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그 지리적 기준점이 바로 경부고속도로다. 한남IC부터 양재IC까지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의 동측과 서측 상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권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강남대로를 위시한 논현역, 신사역, 양재역 등 경부고속도로 동측 상권은 10% 넘는 공실률을 기록하며 불황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해당 상권의 핵심인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소비가 위축된 분위기다. 강북의 매력적인 골목상권과 대비되는 획일화된 강남대로 상권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는 측면도 있다.  



    강남권의 젠트리피케이션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신사역 상권을 대표하는 가로수길은 2018년 한국 최초로 애플스토어가 입점해 시선을 끌었다. 당시 애플 측은 20년 치 임차료 600억 원을 선납하며 가로수길 역사상 가장 비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가로수길 상권의 임대료가 줄줄이 올라 자라, H&M, 포에버21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철수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초래했다. 가로수길의 심각한 공실 문제는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일대. 서울연구원 제공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일대. 서울연구원 제공

    ‘향수’ 앞세운 세로수길 상권

    다만 가로수길의 뒷골목 상권이던 ‘세로수길’은 최근 트렌드 세터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곳은 가로수길의 3분의 2 정도인 임대료 덕에 ‘대한민국 향수 1번지’로 떠올랐다. 10년 전부터 세로수길을 지켜온 이솝을 위시해 르라보, 탬버린즈, 딥티크, 바이레도, 논픽션 등 향수 브랜드가 ‘향수 로드(road)’ 상권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동측과 달리 교대역, 남부터미널, 서래마을, 방배역 등 서측 상권은 임대료 상승에도 5% 내외의 안정적인 공실률을 기록하며 활력이 돌고 있다. 교대역 상권의 경우 강남역 상권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대입(大入), 사법(司法) 등 불멸의 테마가 교차하는 곳이다. 서울지하철 2·3호선 교대역 출구마다 자리 잡은 대입학원과 법률사무소 클러스터는 앞으로도 이 일대 상권의 안정적 성장을 지탱할 것이다. 

    인접한 남부터미널 상권을 떠받치는 핵심은 예술의전당이다. 최근 K팝은 물론, 공연시장 전반이 성장세다.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에서도 ‘예술·문화’ 상권이 부각될 것임을 암시한다. 국내 대표적인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은 특히 클래식과 무용 공연에 강세를 보인다. 이들 예술 분야는 40, 50대 여성 관람객이 많다. 마침 예술의전당에서 가까운 반포동과 방배동 일대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시간과 금전 여유가 있는 40, 50대 여성 주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예술의전당과 인근 상권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강남권 고급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서래마을에서도 재건축 바람이 분다. 1984년 준공된 강남원효성빌라는 서래마을 1호 재건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이곳에는 ‘나인원 한남’ 같은 고급 주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인근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도 올해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서래마을과 방배역 상권은 주거 및 일자리 인프라 강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상권. 동아DB

    서울 성동구 성수동 상권. 동아DB

    강남 장점 두루 갖춘 성수동 상권

    앞서 강남에서 핫한 상권의 특징이 ‘향수 로드’와 ‘예술 상권’ ‘고소득 소비층 유입’이라고 짚었다. 성수동 상권은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춘 곳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스토어 성지인 성수동에는 다니엘트루스, 르라보, 페사드 등 유명 향수 브랜드가 잇따라 문을 열며 Z세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 일대에는 ‘아틀리에(atelier: 예술가의 작업실) 길’도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사이에 있는 길로, 디자이너들의 아틀리에가 모여들며 상권을 형성했다. 게다가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가 시공사 선정 채비에 나서는 등 도시정비사업이 시동을 걸고 있다. 고소득 계층의 추가 유입으로 성수동 상권은 앞으로 더욱 활황을 보일 전망이다. 

    대학 상권은 가족 단위와 직장인 소비층 유입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신촌, 이대, 홍대 상권은 저조한 임대료 상승률과 10%대 높은 공실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반면 경희대, 서울대입구역, 숙명여대, 혜화동 상권은 5% 미만 공실률을 기록하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대학생 외 강력한 소비층의 존재 여부다. 경희대 상권은 서울지하철 1호선 회기역~청량리 일대 대규모 재개발로 가족 단위 소비층이 유입되는 상황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수험생이 떠나간 고시촌 빈자리를 직장인이 채우며 소비력을 보충하고 있다. 숙명여대 상권의 경우 서울지하철 4호선 용산역, 서울역 업무지구 개발에 따라 고소득 직장인이 몰리는 추세다. 혜화동 상권은 대학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하는 등 문화 저력에 힘입어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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