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견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날 때는 “이 여행이 반려견에게도 안전하고 즐거운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GETTYIMAGES
물놀이 때 급격한 체력 소모 조심해야
많은 보호자가 여행의 설렘에 들떠 높은 기온, 뜨거워진 지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한 더위는 반려견 생명을 위협합니다. 특히 무더위 속 차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차에 반려견을 방치해 생기는 사고는 대부분 “잠깐은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문제는 직사광선에 노출된 차 안 온도는 에어컨을 켜둔다 해도 순식간에 50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더위에 보호자의 부재로 불안감까지 더해지면 반려견은 탈수, 호흡 곤란을 겪다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반려견이 더위에 취약한 이유는 땀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은 발가락 사이, 발바닥에만 땀샘이 있어 코나 혀를 내밀어 헐떡이는 식으로 체온을 조절합니다. 단두종인 퍼그, 시추, 페키니즈, 불도그 등은 호흡기 구조상 열을 잘 식히지 못해 여름철 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즐거움을 위한 물놀이도 반려견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여름철 해수욕장, 계곡 등에 반려견을 동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휴양지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익사 사고, 피부병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은 기본적으로 수영을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낯선 물 환경에 공포를 느끼고,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중·소형견이나 노령견은 단시간에 체력이 크게 소모되기 때문에 익사 사고 위험이 더욱 큽니다. 물놀이 시 반려견 전용 구명조끼 등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한 후에는 반려견을 반드시 깨끗한 물로 씻기고 잘 말려줘야 합니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 모래, 수초 등은 피부염 및 외이도염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귀가 늘어진 견종은 물이 귓속에 고여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여름은 해충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은 심각한 전염병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질환이 심장사상충입니다.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은 감염 시 심각한 심장질환을 유발합니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반려견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흡혈 진드기, 살인 진드기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풀밭이나 야외 산책 후 반려견 피부에 달라붙은 진드기를 방치하면 라임병, 바베시아증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진드기를 억지로 떼어낼 경우 피부에 진드기의 머리 부분이 남아 감염이 악화할 수 있으니 발견 즉시 병원에 가서 제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여행 전 반려견 건강 상태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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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료, 간식, 물, 쿨매트, 이동장 등 기본 여행 키트 준비
• 반려견에게 이름표와 보호자 연락처 부착(마이크로칩 등록 확인)
• 반려견 동반 가능한 숙소 및 식당 예약
• 여행지 인근 동물병원 응급 연락망 확인
• 접종증명서 및 응급약품 구비
• 폭염 시 활동 시간 조정
(오전 또는 해질 무렵에 활동)
지금까지 주의 사항을 알려드린 건 반려견과 여름 여행을 떠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준비와 배려가 있을 때 비로소 즐거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쿨링 제품, 모기 퇴치제, 구명조끼, 이동장 등 상황에 맞는 장비를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또 보호자는 항상 “이 환경이 내 반려견에게도 안전하고 즐거운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죠. 낯선 여행지의 자극이 반려견에게는 설렘과 즐거움보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올여름 휴가철이 반려견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