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3

..

기로에 선 韓日 ‘7광구’ 석유개발 협정

이달 22일부터 종료 통보 가능… “협정 종료 시 한중일 화약고 될 수도”

  • 임경진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2025-06-17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윤석열 정부 때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이 종료되고 일본 측 주장대로 한일 공동개발구역(JDZ)이 일본 수역이 된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생각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JDZ 관할권을 조금이라도 잃는다면 분명 헌법소원이 제기되거나 위헌법률심판 신청이 있을 것이다.”

    울산 앞바다 대륙붕 제6광구에서 미국 쉘 석유 시추 탐사선이 바다 밑 석유를 캐기 위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울산 앞바다 대륙붕 제6광구에서 미국 쉘 석유 시추 탐사선이 바다 밑 석유를 캐기 위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이 6월 22일부터 한일 양국의 일방적인 종료 통보가 가능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에 대해 6월 11일 밝힌 견해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 종료는 우리 국민이 영토를 빼앗겼다는 감정을 느낄 만한 중요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협정이 종료되면 JDZ 일대가 ‘한중일 화약고’가 될 우려도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대 JDZ서 석유·가스 발견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은 1974년 체결돼 1978년 6월 발효됐다. 협정 효력은 2028년 6월 22일까지다. 6월 22일 이후 한일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는데, 그간 국제법 판례가 일본에 유리하게 바뀌어 일본이 현상을 변경할 유인이 강해진 상황이다. 2028년 6월 22일 이후 어느 한쪽도 종료 통보를 하지 않으면 협정 효력은 연장된다.

    협정의 발단은 1968년 10월 발표된 유엔 산하 자원개발위원회(Economic Commission for Asia and Far East) 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현 JDZ를 포함한 동중국해 대륙붕에 석유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당시 박정희 정부는 ‘7광구’를 설정하고 이곳의 영유권을 선포했다. 일본은 곧장 한국 측 주장에 반발했다. 이에 대륙붕 자원을 탐사할 만한 자본과 기술이 없던 한국 정부는 1974년 일본 정부와 이곳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7광구는 일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자원을 개발할 수 없는 JDZ가 됐다.

    1980년대 초 한일 양국은 공동으로 JDZ를 시추했다. 실제로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6년 일본이 돌연 JDZ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지금까지 “탐사와 시추는 반드시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에 따라 JDZ에서는 개발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JDZ 개발 중단 이유로 낮은 경제성을 내세웠지만, 이 주장의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08년 JDZ에서 860m 떨어진 구역을 중국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고 중·일 정상회담에서 이 구역의 실질적 개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본이 JDZ 개발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현재보다 많은 대륙붕 관할권을 가져가기 위함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JDZ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먼 일본 오키나와 해구 앞에 위치한다. 하지만 1974년 협정 체결 당시 국제법적으로 ‘자연 연장론’이 널리 인정돼 “우리 땅이 바닷속으로 이어졌다”는 이유로 한국이 관할권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85년 리비아-몰타 판결 이후 ‘중간선 원칙’이 보편화됐다. 국가 해안선으로부터 거리가 동일한 지점을 이은 ‘중간선’을 기준으로 관할권을 나누자고 주장해온 일본에 더 유리해진 것이다.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동아DB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동아DB

    협정 종료는 일본에도 부담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 종료를 선언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주도하에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일본이 나서서 망가뜨리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일본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협정이 종료될 경우 예상되는 중국의 개입도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하기 어려운 중요한 요인이다.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 “협정이 종료된다면 새롭게 논의될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및 경계 획정 협상에 중국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JDZ는 한중일 3국의 새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1978년 협정 체결 당시부터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은 중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항의해왔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협상 종료 선언을 억제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해양법 전문가는 “JDZ를 개발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하지 않는 것에 우리가 만족한다면 향후 다른 해양 문제가 발생해 한국 정부가 강하게 대응해야 할 때 ‘일본이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을 종료하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나와 한국의 족쇄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JDZ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일본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
    OSZ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