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박해윤 기자
최근 제기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의 이적설에 대해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이렇게 분석했다. 요즘 축구팬들의 이목은 손흥민 거취에 쏠리고 있다. 영국 현지 매체들이 잇달아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이적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이 이적료로 1억 파운드(약 1850억 원)를 책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손흥민 “어디 있든 최선 다할 것”
손흥민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6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 이후 손흥민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 이적설에 대해 “기자들도, 팬들도, 나도 상당히 궁금하다”고 다소 알쏭달쏭한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토트넘과 계약 1년이 남아 있어 내가 여기서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려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자리에 있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선수라는 건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6월 10일 임 위원을 만나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과 향후 거취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손흥민의 사우디 리그 이적설이 나온 배경은.
“2023년에도 손흥민의 사우디 리그 이적설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알이티하드가 상당히 큰 금액을 들여 손흥민 영입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전부터 손흥민을 주시하던 사우디 팀들이 실제 영입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축구팀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같은 스타 선수를 영입해 역량과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대륙 최고 선수인 손흥민을 자국 리그 스타이자 마스코트로 모셔 가려는 것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기간이 1년가량 남은 점도 이적설에 불을 지핀다.
“그렇다. 토트넘으로선 지금이 가장 많은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떠나보낼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이제 축구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2024∼2025시즌에도 토트넘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전 시즌에 비해선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이 EPL에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7골·9도움)한 것은 2016∼2017시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소속팀의 심각한 부진이 크게 작용했지만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도 꺾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과 토트넘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리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손흥민은 토트넘의 17년간 메이저대회 무관(無冠) 흐름을 깼다. 토트넘 레전드로서 위상이 어느 때보다 공고한 만큼 손흥민이 좋은 분위기에서 이적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토트넘은 새 사령탑 선임에 나서는 등 분위기 쇄신에 들어갔는데.
“안지 포스테코글루호(號)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거머쥔 것과 별개로 EPL 17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강등권 언저리다. 구단주 입장에선 EPL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상금은 물론, 중계권료 수익 저하, 브랜드 가치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유로파리그 우승을 계기로 구단과 포스테코글루 감독 모두에게 이로운 이별을 택한 것이다. 인터뷰 시점(6월 10일)까지 공식 발표는 안 나왔지만 현재 분위기를 보면 토트넘 신임 감독으로 토마스 프랭크가 유력하다. 물론 손흥민 정도 선수라면 어느 감독이든 팀에 붙잡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신임 감독이 새로운 판을 준비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선수 영입을 위한 종잣돈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 손흥민 같은 대형 스타를 거액 이적료를 받고 매각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6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 대체 불가능한 자원”
이 같은 토트넘 안팎 분위기에서 손흥민의 사우디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위원은 “선수 본인의 결정은 누가 뭐래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손흥민이 당분간 토트넘에 남아 EPL과 챔피언스리그(챔스), 월드컵 공략에 나설 공산이 크다”며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손흥민 잔류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이유에 대해 임 위원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당장 토트넘에 손흥민을 대신할 선수가 없다.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앞으로 EPL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챔스도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 입장에서 팀 코어인 손흥민을 내보내는 것은 엄청난 도박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그야말로 세계적 스타다. 토트넘의 마케팅과 수익 창출에 기여도가 매우 크다. 한국 팬들만 해도 손흥민을 응원하는 마음에 관련 굿즈를 구입하고, 심지어 직접 영국으로 가 경기를 직관하지 않나. 이런 선수를 내보내면 상당한 수익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팬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미 상당수 팬이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17년 무관 기록을 깨뜨린 주역인 데다, 팬들과의 관계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이 주장이자 간판스타 손흥민까지 떠나보내면 반발이 거셀 게 뻔하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토트넘 마크를 달고 챔스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커 보인다. 토트넘을 향한 애정이 각별한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팀과 동료를 위해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팀을 옮기는 게 손흥민에게는 다소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새로운 리그에 진출했다가 자칫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월드컵에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새 감독의 팀 분위기 변화에 맞춰 득점 기회를 살리고 컨디션 관리만 잘한다면 EPL은 물론, 월드컵과 챔스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